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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로저(Jolly Roger)는 과거 해적들이 상선을 공격할 때 해적선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기 위해 사용한 깃발의 한 종류입니다. 한만디로 협박, 경고용으로 해적들이 사용한 깃발입니다. 1710년대까지 바다는 해적들의 황금 시대였지만 그 이후 해적들은 쇠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졸리 로저 깃발은 바다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런데 그 상징성에 주목한 군대에서 이 도안을 채택하기 시작하였고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졸리 로저는 완벽하게 부활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부대마크나 관련 사진을 찾다보면 이 도안을 부대마크에 도입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현대에 이르러 이런 위협의 의미는 퇴색되었지만 위와 같은 역사와 디자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멋 때문에 이 도안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데 바로 미 해군 전투비행단 졸리 로저스(Jolly Rogers)가 대표적입니다.

 


졸리 로저스는 태평양 전쟁 중반인 1943년 1월 1일 미 해군 항공대 교관 출신인 존 토마스 블랙번이 비행단장으로 창설된 전투 비행단입니다. 당시 최신예 함재기였던 F4U 콜세어(Corsair)가 최초로 배치된 비행대였으며 F4U 콜세어를 몰고 전쟁기간 내내 일본군을 박살내며 혁혁한 전공을 세웠습니다. 

 

 

공교롭게도 졸리 로저스는 해적 깃발을 상징하는데 이 부대원들이 조종했던 전투기는 해적선을 뜻하는 콜세어(Corsair)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F4U 콜세어 초기형은 항공모함 착함 난이도가 높은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콜세어를 운용하는 졸리 로저스 역시 에식스급 항공모함인 CV-17 벙커힐 호에 배치되었다가 남태평양에 위치한 솔로몬 제도의 뉴조지아 섬 비행장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졸리 로저스 파일럿들은 최신예 F4U 콜세어를 지급받고 너무 신난 나머지 훈련 중 초 저고도로 날다가 지나가던 민간인 트럭을 뒤집어버리고 P-51 머스탱을 조종하는 인근의 미 공군 파일럿들과 기싸움을 하다가 도심 상공에서 즉흥적으로 모의전을 벌이는 등 온갖 사고를 치면서 부대에 큰 위기가 닥치기도 하였습니다.

 

 

파일럿들의 사고와 여러 이유로 미 해군 비행대 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명성, 무엇보다도 모든 부대가 부러워할 정도로 멋졌던 해골 마크를 자랑처럼 여기던 졸리 로저스는 태평양 전쟁 후 수차례의 개편과 해체를 거치면서 졸리 로저스의 이름과 깃발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듯 싶었습니다.

 

▲F-4 팬덤 전투기를 운용했던 VF-84 베가본즈

하지만 다른 미 해군 전투비행대였던 VF-84 베가본즈(Vagabonds), VF-103 슬러거스(Sluggers) 등이 졸리 로저스의 이름을 계승하길 자처하였으며 2002년 5월 1일 F/A-18F 슈퍼호넷 전폭기로 기종전환된 다음부터는 VFA-103으로 변경되면서 오늘날까지 VFA-103 졸리 로저스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VFA-103 졸리 로저스의 휘장

 

▲현재 F/A-18 슈퍼호넷을 운용중인 줄리 로저스

 

현재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8번함인 CVN-75 해리 S. 트루먼을 모함으로 하고 있으며 제7항공모함비행단에 속해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1980년대 이후 미군이 적의 눈에 잘 보일만한 전투기의 화려한 하이 비지(High Visible) 도색을 금지시키면서 현재 모든 미 해군비행대 항공기들이 사용하는 저시인성의 로우 비지(Low Visible) 회색톤 도색을 하고 다닙니다. 졸리 로저스도 예외는 아니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졸리 로저스는 부대의 트레이드 마크인 해골을 보물처럼 귀중히 모시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실제 사람의 유골이며 유골의 주인공은 태평양 전쟁 당시 졸리 로저스 소속 파일럿이었던 잭 어니(Jack Ernie)입니다.

 

 

잭 어니는 태평양 전쟁중 오키나와 전투에서 격추당하면서 "Remember me, with the Jolly Rogers!"라는 마지막 교신을 남겼고, 유가족들은 고인을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졸리 로저스에 잭의 유골 중 두개골과 대퇴골을 기증하여 졸리 로저스에서 오늘날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졸리 로저스는 전사한 대선배의 진짜 유골을 보물로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