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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미 육군의 대테러부대였던 델타포스가 구출작전에 나섰지만 MH-53 헬리콥터가 C-130 수송기와 충돌해 폭발하면서 사상자를 내고 독수리 발톱 작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당시 중령이었던 리처드 마친코(Richard Marcinko)는 특수전 사령부에서 근무하고있었는데 독수리 발톱 작전이 실패한 것을 보고 미 해군에도 대테러부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해군 참모총장의 허가를 받아 SEAL 6팀을 창설하게 됩니다.

 


그렇게 SEAL 6팀이 창설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리처드 마친코는 SEAL 6팀 대원들을 차출해 만든 예비 대테러부대 레드 셀(Red Cell)도 만들었습니다. 레드 셀의 주 임무는 해군시설에 가상 테러범이 되어 들어간뒤 그 부대의 보안상태를 점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SEAL 6팀과 레드 셀에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SEAL 6팀 대원들은 자유시간에 지나치게 행동했습니다. 음주운전이나 싸움질로 잡혀가는건 기본이었지만 다음날이면 이들은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풀려났습니다. 당시 SEAL 6팀 대원의 존재 자체가 델타포스처럼 특급기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레드 셀은 평소와 같이 수병이나 해병들의 군기를 점검하러 테러리스트들로 변장해 핵잠수함 기지에 잠입해서 잠수함을 접수하고 그 잠수함들에 가짜 폭탄을 설치하고 복무자들을 강도가 약하게 고문해 핵탄두 발사 암호를 알아내 당시 해군 기지들의 방어능력이 형편없음을 증명하였지만 장성들을 밧줄로 묶고 변기로 물고문을 하는등 선을 넘는 짓을 저질렀고 이것이 결국 SEAL 6팁의 사건과 맞물려 리처드 마친코는 구속되었습니다. 당연히 SEAL 6팀과 레드 셀은 해체되었습니다. (SEAL 6팀은 1987년 DEVGRU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1년 9월 11일 미국이 9.11테러 공격을 받자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여객기를 납치해 고층건물에 충돌시키는 것과 같은 기상천외한 테러공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하고 요원 소수를 뽑아 팀을 만들도록 지시했습니다. 그 팀의 임무는 테러범의 입장에서 미국의 정보기관들 미처 생각해내지 못하는 테러 방법을 찾아내 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리처드 마친코가 만들었던 레드 셀이 다시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레드 셀에는 당시 알카에다의 테러수법을 예상해보는 임무를 맡았음에도 창설 요원 중엔 테러리즘 전문가가 한 명도 끼지 못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CIA내에서 오랫동안 통용돼온 사고의 틀을 깨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레드 셀에는 분석 능력과 창의성, 독특한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중동 지역전문가 1명과 중간관리층 연방정부 직원, 고위 CIA 분석가, 국가안보국(NSA) 분석가와 CIA 특수임무요원 등 5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렇게 레드 셀 요원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마다 교체되면서 기존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을 벗어난 대체 분석으로 역할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 4월 이스라엘은 미국에게 시리아 동부 사막에 있는 협곡인 알키바르(Al Kibar) 아래에 공사중인 시설에 건설되고 있는 건물은 북한 영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유사한 원자로로서 핵무기용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서 2003년 이전에 찍힌 여러 개의 사진들을 제시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사진들은 그 건물이 북한 영변 핵 시설과 유사한 시설이라는 것을 정황상으로 유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를 근거로 미국이 해당 시설을 폭격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조지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은 CIA 레드 셀에게 대체 분석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CIA 국장은 대체 분석을 위해 레드 셀 자체를 두 개로 나누어 1번 예스 레드팀(Yes Red Team)에게는 ‘해당 사진이 핵 시설이 맞다’라고 알려주고 핵 시설이 실제로 맞는 지를 증명하도록 지시하였고

 

 

2번 노 레드팀(No Red Team) 쪽에게는 ‘해당 사진이 핵 시설이 아니었다’고 알려주며 해당 사진에서 보이는 시설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알아내라고 했습니다. 당시 CIA 국장은 양 팀에게 시설이 찍힌 사진만 제공했을 뿐 편향이 개입되지 않도록 시설이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등의 자세한 사항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1번 예스 레드팀 구성원들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감시하는 전문요원들로 이루어졌고, 며칠 만에 ‘그것은 북한의 핵 시설입니다(That’s a North Korean reactor)’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CIA 국장과 고위관계자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분석하도록 한 양 쪽 레드팀의 결과를 살펴보고 해당 시설이 핵 시설이라는 높은 확신을 갖게 되었고 당시 미 국방 장관은 “해당 시설이 핵 시설 외에 다른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2007년 9월5일 밤 11시 이스라엘의 F-15 전투기 3대가 시리아의 핵 시설을 공습하였고 당시 그 건물은 실제 핵 시설이었습니다.

 

 

4년 뒤 2011년 레드셀은 빈 라덴의 거처를 발견하여 사살한 작전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당시 CIA는 오사마 빈 라덴의 거처를 습격하기 전까지 레드셀과 함께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전을 다시 점검하고 기존 분석가들의 예측에 오류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미 네이비 실(Navy Seal) 팀과 함께 가상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6월에는 레드 셀이 10개의 미국 공항을 대상으로 가상 공격을 실시하였는데 공항 보안 검색대의 95%가 레드 셀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실패하면서 보안 검색대의 취약점이 속속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가짜 폭발물 등을 소지한 레드 셀 비밀 요원들이 일반 승객인 것처럼 가장해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나갔지만 70번 가운데 3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이처럼 레드 셀은 언제나 아군을 공격하는 적군 입장에 서서 약점을 찾아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