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네 실시간 이슈

 

큰 편대를 이룬 대형폭격기들이 융단을 까는 것처럼 지상에 수많은 포탄을 투하하면서 그 지역을 완벽히 초토화 시키는 작전을 융단폭격(Carpet bombing)이라고 부릅니다. 현재는 미군이 주로 사용지만 사실 시초는 영국이었습니다. 초기에는 다른 군대와 마찬가지로 영국군도 폭격기 편대가 낮에 이륙해서 표적을 조준하여 폭탄을 투하하였지만 폭격기들은 폭격기들대로 적 요격기에게 격추당하였고 당시의 열악한 조준기 탓에 폭탄은 폭탄대로 죄다 빗나갔습니다.

 

 

그래서 아예 적 요격기의 위협이 덜한 밤에 폭격을 하는 한편, 한 번에 엄청난 수의 폭격기 편대를 출격시켜서 표적뿐만 아니라 그 일대, 혹은 도시 하나를 통째로 쑥밭으로 만드는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의외로 이 당시 미군은 융단폭격을 해도 표적지역 일대를 뒤덮는 것보다는 최대한 표적을 정조준하여 핀포인트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영국군의 아브로 랭커스터 폭격기보다 미 공군의 B-24나 B-17폭격기가 더 크지만 폭탄 탑재량은 절반 가량밖에 안 되었습니다. 표적을 핀포인트 공격할 것이므로 폭탄을 대량 투하할 필요는 없고, 대신 표적을 확인하려면 표적이 보이는 낮에 폭격해야 하므로 달려드는 적 요격기에 맞서기 위해 폭탄 탑재량을 늘리는 대신 방어기총을 늘리는 쪽을 택하였습니다.

 

 

사실 제2차 세계 대전 시기부터 많이 사용되었으며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도 융단폭격이 많이 이루어졌었습니다. 다만 이 융단폭격이란 전술 자체가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어쨌든 그 목표지역 부근 전체를 폭격하는 것이므로 그 임팩트에 비해 사실 효율은 매우 낮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 하나 부수는데 실제로는 폭탄 두 어발만 명중해도 충분하지만 명중률이 그렇게 높지않았기 때문에 수십대의 폭격기가 떼지어 날아가야했고 당연히 수 십대의 폭격기가 출격하려면 생산비, 유지비가 엄청나게 들었습니다. 게다가 폭격기만 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폭격기들이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서 적 전투기나 대공망도 무력화 해야 하므로 융단폭격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필요한 자원과 인력은 엄청났습니다.

 

 

또한 피아구분이 당연히 안 되게 때문에 위험요인의 존재 여부를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융단폭격을 퍼붓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며 이렇게 표적 일대를 폭탄으로 도배하는 융단폭격은 민간인과 건물, 문화재 등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재앙입니다. 물론 총력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의 융단폭격 작전은 연합군이 파리로 진격하는 요충지였던 프랑스의 캉 폭격, 독일 남부의 주요 거점 도시였던 드레스덴 폭격과 도쿄 대공습이 가장 유명합니다. 6.25 전쟁 당시에는 집중 폭격 대상이 수도 서울과 평양이었는데 정말 남아나는 것이 없었습니다.평양에서 북한군들은 미군의 융단폭격이 두려워 지하 생활까지 했다고 하며, 특히 전략 요충지였던 원산은 하도 폭격을 맞아 원산폭격이라는 말이 생길정도 였습니다. 

 

 

현대에는 스마트 폭탄 같은 정밀타격무기가 발달하였으며, 이로 인해 보다 적은 노력으로 한 발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가능해졌으므로 목표물의 위치만 정확히 알면 융단폭격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밀타격무기의 값이 아직까지는 엄청나게 비싼데다가 산개한 적군 보병같이 정밀폭격시 손해가 나는 표적이 증가하였고, 목표물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필요성만 생긴다면 폭격기를 아직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라면 도심지역에 대해서도 다시 융단폭격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B-52 폭격기가 융단폭격 훈련을 하는 모습

사실 민간인 지역만 아니라면 여전히 미군은 융단폭격을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인 피해를 주기 위한 것 보다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설사 적 병력이 폭격에 피해를 입지 않아도 이 융단폭격을 당하거나 목격하게 되면 사기가 뚝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S를 폭탄으로 쓸어 버리겠다. 융단폭격을 하고 모래가 어둠 속에서 빛날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IS에 경고를 하기도 하였으며 미국은 이라크 등지에서는 사전 경고한 다음에 적이 숨어있는 곳 근처의 빈땅에 일부러 융단폭격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의 IS기지와 정유시설을 초토화하기 위해 융단폭격을하고 그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융단폭격에 무서움을 알고있는 북한은 미국의 폭격기 B-1B 랜서가 한반도에서 상공 훈련을 실시하기만 하여도 엄청난 비난을 하고있습니다. 실제로 B-1B 랜서는 융단폭격을 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추고 있으며 통합정밀직격폭탄인 제이담(JDAM) 뿐 아니라 비유도 일반폭탄 등 최대 60톤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폭격기 3형제의 맏형 B-52의 2배 수준입니다. 그리고 유사시 B-1B폭격기는 유사시 최고 속도로 괌 기지 이륙 후 2시간이면 평양에 도착하여 융단폭격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