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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군함은 배수량과 무장 등을 고려해서 호위함, 초계함, 순양, 전함 등으로 분류합니다. 배수량(Displacement)이란 배가 물 위에 떠있을 때 밀어내는 물의 중량을 뜻합니다. 어떤 물체가 바다같은 액체 위에 떠 있을 경우 그 물체의 중량은 밀어내는 액체의 중량과 같다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적용해 배의 중량을 표시하는 것이 바로 배수량입니다.

 

 

전투함에 있어 배수량이 가지는 중요성은 향해 능력 그 자체입니다. 보통 환천 항해라고 표현하는 악천후 상황을 1급부터 7급까지 나누거나 다른나라는 Sea State를 나눠서 항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악천후에는 군함이나 민간선박은 모두 체급(배수량)에 따라 항해 가능 여부가 결정됩니다. 전쟁 중에 언제나 날씨가 맑으리란 법은 없고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날씨 때문에 항구에 웅크리고 숨어있어야 하는 군함은 전력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악천후에 무리하게 작전을 나가게 된다면 배 자체가 손상되거나 최악의 경우 침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44년 12월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미 해군은 일본 해군 의외의 적과 한바탕 전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당시 미 해군DML 정규항모 7척, 경항모 6척, 전함 8척, 순양함 15척, 구축함 50여척, 기타 지원함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춘 3함대 소속 38기동부대(TF38)가 필리핀 루손섬 동쪽 300마일 수역에서 작전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4등급에 달하는 태풍 코브라가 필리핀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함대의 기상참모(중령)은 태풍이 복동쪽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예상 태풍경로의 남쪽으로 배를 이동시키지만 태풍은 실제 이보다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결국 다수의 함정이 해상 급유중이었는데 이때 태풍이 함대를 관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태풍의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구축함 3척이 침몰하고 경항모 5척, 호위항모 5척, 중순양함 1척, 경순양함 1척, 구축함 7척, 호위구축함 5척, 급유선 1척, 예인선 1척 등이 대파 또는 파손되었고 790명의 수병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으며 140여대의 함대기가 손실을 입었습니다. 1943년 이후 미 해군이 입은 피해중 가장 컸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체적으로 배수량이 작은 배들의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배수량 4,500톤에 프랑스 F70 구축함이 황천 항해를 하는 모습)

태풍이 불면 가급적 항구에 정박해있거나 원해로 대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어느 정도의 황천 항해 시엥 작전, 전투를 벌여야 한다면 체급이 큰 쪽이 유리한 이유가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누가 더 큰 전함을 만드나 경쟁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호위함 보다는 구축함이 구축함 보다는 순양함이 바다라는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는데 더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위 모습은 악천후에도 독도에서 기동훈련중인 우리나라의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입니다. 세종대왕급의 배수량은 10,600톤입니다. 하지만 저런 날씨에 우리나라의 대부분 초계함이나 호위함(배수량 1,200~1,500)들은 항구에 눌러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군함에게 배수량은 정말 중요한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