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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에서 유일한 대(對)테러 전문부대인 707특임대는 88서울올림픽 개최와 관련, ‘국가 대테러활동지침’이 제정된 1982년에 창설됐습니다. 특전사 예하 여타의 공수부대들과 달리 특전사령관 직속인 이 부대는 1개의 고공지역대와 1개의 해상지역대, 2개의 특공지역대로 구성돼 있습니다.

 

 

707특임대는 사실 한국군 최초의 대테러 부대인 606특공부대를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1978년 창설된 606부대는 청와대 경호실 직속으로 비밀스럽게 운용되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직후 소리 없이 사라진 비운의 부대입니다. 707부대는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으며 인터넷에 들어가면 이 부대와 관련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606부대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렵고 언론에 소개된 적도 없습니다. 그 정도로 이 부대의 존재는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606부대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며 그 계기는 1977년 10월에 발생한 독일 민항기 루프트한자 납치 사건입니다. 1977년 10월13일 승객 86명을 태운 루프트한자 여객기가 권총과 수류탄을 든 테러범 4명에 의해 공중 납치됐었습니다. 남녀 각 2명씩인 테러범들은 여객기를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강제 착륙시키고는 RAF(Red Army Faction·적군파) 재소자 전원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관제탑 협상팀과 납치범들 사이에 협상이 벌어지는 동안 독일의 대테러 특수부대인 GSG-9 요원들이 비밀리에 기체에 접근하였고 섬광탄을 터뜨리며 기내에 진입한 이들은 5분 만에 납치범들을 제압하고 승객 전원을 구해냈습니다. 승객 중에는 경상자가 3명 있었을 뿐 단 한 사람의 사망자도 없었으며 범인 4명 중 3명은 사살됐고 1명은 중상을 입은 채 체포됐습니다.

 

 

GSG-9은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었으며 40여 개 국가에서 대테러 특공대를 만들기 위해 GSG-9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대테러 특수부대 창설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창설 요원은 전원 특전사 소속이며 특전사 예하 각 여단에서 무술 고단자와 사격 특기자를 중심으로 뽑았습니다. 이들은 공군항공의료원에서 정밀 신체검사를 받고 엄격한 신원조회를 거쳐 606특공부대로 전입시켰습니다.

 

 

그렇게 모인 606부대원들은 기존 특전사 소속 공수부대원들보다 훨씬 센 훈련을 받았습니다. 무술훈련, 사격훈련, 낙하훈련, 항공기 침투 훈련이 대종을 이뤘는데, 골절환자가 속출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었다고 합니다. 606부대원들은 하나같이 무술 유단자였지만 매일 몇 시간씩 무술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606부대원들이 익힌 무술이 바로 실전무술, 혹은 살상무술로 불리는 특공무술입니다.

 

 

항공기 침투 훈련은 606부대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훈련이었습니다. 부대의 주된 임무가 항공기 납치범을 제압해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훈련이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낡은 비행기가 훈련 대상이자 훈련 장소였습니다. 부대원들은 매일 밤 이 비행기를 납치된 비행기라고 가정하고 침투하는 훈련을 되풀이했습니다.

 

 

또한 특수부대인 만큼 구보 등 체력 강화 훈련도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총기를 지니고 배낭에 30㎏의 모래주머니를 넣은 채 10㎞를 달렸으며 무장구보가 끝난 뒤에는 반드시 모래주머니의 무게를 다시 재는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었다고 합니다. 606부대부대원들은 이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세계 최고의 대테러부대를 꿈꾸었습니다.

 

 

5공 출범 후 606부대는 대통령 경호와 대테러 두 가지 임무를 병행하였으며 부대 이름도 제27특공부대로 바뀌었습니다. 대테러 훈련보다는 경호 업무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 대비해 경찰특공대가 만들어지면서 606부대는 정체성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부대가 해체되었으며 부대원들은 대부분 ‘고향’인 특전사로 돌아갔습니다.

 

 

606부대 출신 이봉상 예비역 소령은 606부대 같은 대테러 전문부대가 해체된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 현재 707부대도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긴 하지만 606부대만큼 인질 구출을 위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606부대원들은 극약 사용법과 특수무기 사용법, 요인 암살 훈련까지 받았지만, 707부대엔 이런 훈련 내용이 없다고 합니다. 좋은 뜻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대로 쓰이지도 못한 채 해체된 606부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