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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필자들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군 의료체계의 심각성 +1

 

현행 법령에는 군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많은 군필자들은 우리나라 군 의료체계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군의관이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환경부터가 열악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진률이 민간의원보다 높으며 장비가 부족하다 보니 정밀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부사관급 이상의 간부들은 웬만하면 군병원에 안가게 되고 장병들도 민간병원에 가고 싶어 하지만 그러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휴가를 내고 민간병원에 가서 진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장기 복무를 신청하여 복무하고 있는 군의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군의관들은 병계급과 마찬가지로 징병되어 온 인력들인데 이 특수 전문직인 군의관이 징병되어 들어온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가 됩니다. 사회적으로 의료사고에대한 비판적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으며 빈약한 군의료체계로 군의료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직업군인들은 의료사고를 군의관 책임으로만 치부하고 본인들의 지휘책임은 회피하는 추태가 군내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군의관들이 고생하는 용사들에게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현재 군 의무시설은 기본적인 진료 요건도 갖추지 못한곳이 태반입니다.

 

 

의료의 발전은 곧 장비의 발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정확한 감별진단에 있어 장비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군대에는 이런 장비가 구비된 곳이 거의 없어, 군병원에조차 일정 이상의 장비가 없는 수준입니다. 한창 건강한 청년들이 모인 군대라는 특수성상 대부분의 병들은 사실상 운이 좋게도 약 몇 봉 처방해 주거나 약을 발라주는 걸로 나아지기에 장비 개선이 더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군에서 보급되는 약품의 종류가 제한적이라서 그 약들로 치료를 해야하며 민간병원에서는 잘 쓰이지 않게 된 구식 약도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국군병원 약제과에는 약이 비교적 다양한 편이며 만약 희귀한 약이라 구하지 못할 경우 국군의무사령부 민원게시판에 올리면 여러 방향을 통해 구해줍니다.

 

 

국군대전병원, 국군수도병원급의 대형 군병원에선 주말 공휴일 제외 매일 3~4건 이상의 수술을 자주하고 있지만 문제가 많습니다. 원래 군대 이야기라는 게 과장이 심하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어쩌다가 군의관에게 수술받았다는 얘길 들어보면 치질 수술 도중에 괄약근을 잘못 베어내 평생 기저귀를 차게 되었다든가, 어딜 잘못 건드려 식물인간이 되었다든가, 맹장수술 받으려고 전신마취 받았다가 마취사고로 사망하게 되거나, 손가락 한개 수술하다가 한팔 전체가 마비되거나, 손가락 3개를 완전히 썩혀버리거나, 아킬레스건 치료때 소독을 제대로 안 해줘서 발을 못 쓰게 되었다는 등등 거짓말같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가 실제로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사례들입니다.

 

 

2012년 제25보병사단에서 GOP 총기오발사건이 발생했는데, 총상을 치료할 수 있는 군의관이 단 2명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었습니다. 피해자 김 이병은 총상치료병원 찾느라 무려 4시간이 지체됐고, 과다 출혈로 자칫 목숨까지 잃을 뻔했습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군의관의 첫번째 존재 이유가 바로 총상 환자 치료인데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군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 중 가장 큰 하나가 바로 일반 장병들이 진료를 받기까지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군 의료관리체계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진료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한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관련한 질문에 훈련병의 28.4%, 일반병의 31.6%, 입원병의 46%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군 내부에선 아플 때 아프다고 표현하면 선임병·간부 등 상급자의 눈치를 받는 경우도 많으며 아프면 꾀병일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안되는 선입견이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 되었음에도 2017년 현재도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군 의료체계가 민간과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예산투자가 한 번쯤은 이뤄져야 하며 진료경험이 풍부한 민간의사가 장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민군협진제 구축이 필요해보입니다. 민간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후방은 군 병원을 모두 폐지하고 부대와 가장 가까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고 후방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을 모두 전방부대에 배치한다면 지금보다 세심한 진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