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네 실시간 이슈

끝없이 펼쳐진 애리조나 사막 위.
맑고 푸른 하늘 아래서 햇빛을 받은 전투기들은 은빛 비늘처럼 반짝입니다.
누군가는 이곳을 ‘전투기의 무덤’이라 부르죠. 하지만 이 무덤은 단순한 폐허가 아닙니다.
여기 숨 쉬고 있는, 아직도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전투기 군단이 잠들어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
수천 대의 전투기들이 한데 모여 있는 이곳은 AMARG, 즉 ‘항공우주 정비 및 재생 그룹’의 본거지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군용기 보관소로 알려져 있죠.
한때 전장에서 날아다녔던 전투기들이,
여기서 다시 부활을 꿈꾸며 잠들어 있습니다.

왜 미국은 이 수많은 전투기를 버리지 않고 이곳에 저장하는 걸까요?
단순한 고철더미가 아닌, 전쟁의 숨은 무기고로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 영상에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AMARG란 무엇인가 
AMARG는 ‘Aerospace Maintenance and Regeneration Group’의 약자입니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된 이 조직은,
수많은 군용기들을 보존하고 필요시 재가동시키는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애리조나 사막의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가, 이 군용기들의 완벽한 보존을 돕고 있습니다.
습도가 극도로 낮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녹이 슬지 않고 페인트가 오래갑니다.
자연이 선사한 천혜의 저장 조건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급격한 신기술과 전술 변화 때문에 많은 전투기들이 퇴역했지만,
이들이 완전히 쓸모 없어진 건 아닙니다.
미국은 이들을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 가능성을 남겨두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과의 대치 상황에서 대량의 예비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죠.
미국은 투손을 통해서 언제든지 수천 대 전투기를 다시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약 7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이 저장소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막강한 군사 자산입니다.

 어떤 전투기들이 있는가
AMARG에 보관된 전투기 종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F-16 파이팅 팰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용된 전투기 중 하나죠.
AMARG에는 특히 초창기 모델이 많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퇴역 후에도 동맹국에 판매하거나 부품용으로 활용됩니다.

F-4 팬텀 II: 미국 공군과 해군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다목적 전투기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퇴역했지만, 일부는 훈련용 무인기나 목표물 드론으로 변신했습니다.

A-10 썬더볼트 II: ‘탱크 킬러’로 유명한 기체입니다.
강력한 GAU-8 기관포와 튼튼한 장갑 덕분에 근접항공지원 임무에 탁월하죠.
AMARG에는 현역 복귀를 대비해 예비용으로 대기 중인 기체가 많습니다.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냉전 시대 핵전략의 핵심인 장거리 폭격기입니다.
일부는 여전히 핵전력의 중요한 축으로 남아 있죠.

KC-135 급유기와 C-130 수송기도 다수 보관 중입니다.
이들은 전투기뿐만 아니라, 작전 수행에 필수적인 지원 및 수송 임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미국 이외 국가에서 반납하거나 수출 후 회수한 항공기도 있습니다.
캐나다, 독일, 호주 등 동맹국들로부터 받은 기체들도 여기서 관리됩니다.


 무덤이 아닌 보물창고
AMARG는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보물창고’라고 부를 만합니다.

저장 기체들은 네 가지 분류로 나뉩니다.

Type 1000: 완벽히 보존되어 전선 투입 준비가 된 상태.
필요하면 즉시 재가동할 수 있습니다.

Type 2000: 직접 운용하지 않지만, 부품용으로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Type 3000: 장기 보관 기체로, 최소한의 정비만 받으며 녹 방지 조치가 되어 있습니다.

Type 4000: 해체 또는 폐기 대상 기체입니다. 고철로 팔리거나 시험용으로 쓰입니다.

실제로 과거엔 A-10이 투손에 보관되다가 다시 현역으로 복귀한 사례가 있습니다.
F-16도 동맹국으로 수출되거나 우크라이나 같은 분쟁 지역에 지원용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죠.

따라서, 이곳에 있는 기체들은 ‘죽은 전투기’가 아니라
언제든 ‘부활할 수 있는 전쟁 무기’인 셈입니다.


 왜 보관하는가
미국이 이 방대한 전투기 군단을 유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경제성입니다.
새 전투기를 만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입니다.
한 대당 수천억 원이 들어가죠.
반면, 기존 기체를 재활용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은 훨씬 저렴합니다.
최대 1/5~1/10 수준에 불과하죠.

둘째, 전략적 유연성입니다.
전쟁이 갑자기 터졌을 때, 당장 투입할 전투기가 부족하면 큰 문제입니다.
AMARG에 있는 예비 기체들을 동원하면, 전력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습니다.

셋째, 외교적 무기입니다.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중고 전투기를 지원할 때,
AMARG에 저장된 기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어 정치적·군사적으로 유용합니다.

넷째, 기술 보안입니다.
민감한 군사 기술이 포함된 기체를
외국에 넘기지 않고 미국 내에 보관함으로써, 기술 유출 위험을 줄입니다.

이처럼 AMARG는 미국 군사력의 ‘숨겨진 힘’이자, 전쟁 준비의 상징입니다.

실전 가능성 
AMARG에 보관된 항공기 중 상당수는 실제 전투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700대 이상이 재가동 가능한 상태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최신 전자장비와 무기 체계는 부족할 수 있고, 조종사 양성과 정비 인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단기간의 지역 분쟁이나 중소국가 간 전쟁에선 압도적인 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투기 100대를 보유한 국가가 있다고 가정하면,
미국은 투손에서 하루나 이틀 만에 그 두 배 이상의 전투기를 재가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이는 미군의 숨겨진 전쟁 준비 태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른 무덤은 없을까? 

비슷한 군용기 저장소가 또 있을까요?

모하비 사막은 주로 민간 항공기와 실험기 저장소입니다.
보잉이나 에어버스 여객기가 많으며, 군용기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빅터빌, 톤오파는 미 공군의 시험장과 드론 연구소입니다.
실험용 무인기, 시험기들이 보관되고 연구됩니다.

그러나 순수 군용기 보관과 재생에 관해선,
세계적으로 AMARG, 즉 투손만큼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여기서 ‘전투기 무덤’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도,
단순 폐기가 아니라 ‘군사 자산의 전략적 저장’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미래는? 

스텔스 기술과 첨단 전자장비가 발전하면서
최신 전투기인 F-35, B-21은 이런 전통적인 저장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값싼 전쟁’, ‘다중 분쟁’, ‘소모전’이 늘어나면서
노후 전투기의 전략적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AI와 무인화 기술이 결합되면서,
퇴역 전투기에 AI 무인 조종 시스템을 장착해
저비용 공격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키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미래의 AMARG는 단순 저장소를 넘어
‘AI 드론 지휘부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잠든 수천 대의 전투기들.
그들은 단순한 고철이 아니라,
미국 군사 전략과 산업력, 전쟁 철학이 응축된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전쟁은 준비된 자의 것이다.’라는 말처럼,
전쟁의 승리는 때로는 바로 이 사막의 전투기 수천 대가 조용히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