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네 실시간 이슈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행군이 얼마나 힘든지 잘 모릅니다. 편한 복장에 가벼운 백팩 하나 메고 등산화 신고 천천히 간다면 대부분의 성인은 40km가 아니라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군대에서 행군은 25kg(특전사 40kg)에 달하는 군장을 짊어지고 3.5kg 짜리 소총과 방독면 수통까지 몸에 맨 상태로 무거운 전투화를 신고 최대한 빠르게 쉬지 않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서 많은 군인들이 행군을 가장 힘든 훈련 중 하나로 뽑습니다. 하지만 행군 훈련을 하면서도 사실 왜 이런 훈련을 실시하는 건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행군 훈련을 왜 받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저도 그랬습니다) 사실 행군은 우리나라 군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군대에서 필수적으로 하는 중요한 훈련입니다.

 

 

행군이 그렇게 중요할까?

 

물론 현대전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왜 굳이 걸어서 이동하는 훈련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현대전에서 수송 차량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전장에서는 차량을 계속 운용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행군은 언제나 실시할 수 있으며 차량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으로도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만약 적군에게 제공권을 장악당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차량으로 이동은 불가능하며 은폐가 불가능한 도로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한국전쟁 초기에 우리나라 국군이 고전한 이유는 당시 전력 열세였던 점도 있지만 북한군의 엄청난 행군 능력도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북한군은 엄청난 속도로 야간행군과 산악행군으로 순식간에 국군의 주요 방어 거점을 무력화시키면서 전진했습니다. 특히 북한군 최고의 전략가라고 평가받았던 북한군 6사단장 방호산은 북한군의 기동력을 이용하여 마산에 유엔군 측면을 노리기도 하였으며 인천상륙작전 이후 후퇴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편제를 유지하면서 산줄기 타고 북한군 본부로 귀환시켰습니다. 만약 그런 행군 능력이 없었다면 다른 부대처럼 지리산 빨치산처럼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지칠 때로 지쳐있던 미군은 행군보다는 차량에만 의존한 상황이었는데 북한군은 그 점을 이용해 차량이 못 다니는 길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후방교란을 하였고 그 모습을 지켜본 미군은 북한군을 걸어다니는 공수부대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한국전쟁에서 행군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우친 우리 국군과 미군은 지금까지 행군 훈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더욱이 산악지역이 많은 한반도 지역 특성상 행군은 절대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훈련입니다. 특히 평지 자체가 없는 인제, 양구같은 지역은 산악행군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유격훈련도 사실상 행군을 위한 체력훈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통 유격훈련을 위해 유격장을 갈 때 주간 행군 훈련을 실시하며 유격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복귀할 때도 야간 행군 훈련을 실시합니다.

 

 

행군이 얼마나 힘들길래?

 

행군은 훈련 마지막에 빠지지 않는 최종 보스 훈련입니다. 일단 군장류와 총기, 방탄 헬멧 등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무게가 상당하며 총기가 어깨를 누르고 탄띠가 골반누르는 고통은 행군을 시작하고 4~5시간 지나고 천천히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물에 젖은 것처럼 무거운 전투화 때문에 누적되는 피로가 상당합니다.

 

 

기본적으로 육군 행군은 주간, 야간 각각 30~40km를 실시하는데 육군 규정에 따르면 일반 보병은 연 300km 이상의 행군 훈련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부대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 전방 부대일수록 행군을 더 자주 실시합니다. 특히 오뚜기 부대라 불리는 8사단은 달에서 지구를 보면 만리장성과 함께 8사단이 행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행군을 많이 실시합니다.

 

 

그러나 특전사에 비하면 8사단은 쉬운 편에 속합니다. 특전사 경우 천리행군이라 불리는 행군을 실시합니다. 천리행군 거리는 약 400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와 비슷합니다. 행군 속도도 보통 시간당 5km로 정말이지 차원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행군을 좋아하는 편이였는데 필자가 군 생활했던 부대에서는 행군을 마치면 두부 or 뽀글이와 막걸리를 주기도 했습니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분들을 위해 행군 팁을 간단하게 드리자면 겨울 행군시 절대 내복 착용은 하면 안 되며 물집이 자주 잡히는 편이면 양말을 여러 벌 준비해 중간 휴식시간에 자주 갈아 신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전투화 끈과 군장, 어깨 띠는 좀 타이트하게 조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최근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 정말 걱정입니다. 군대에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