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네 실시간 이슈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외곽지역에 있는 해군기지를 개조한 라틴 아메리카 의과대학에서 신입생 모집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의과대학 6년 동안 교육비, 책값, 하숙비, 식비, 의복비 모두 무료. 매달 100페소의 장학금 지급. 25세 이하 누구나 응시 가능. 그렇지만 가난한 농촌 출신이어야 하고 졸업 후 의사가 있는 도시 대신 농천과 산촌에서 일하겠다는 맹세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백의의 천사와 일하는 의사의 길을 깨끗이 버린 체 게바라는 사회적 의학”의 길을 택한 한편 그 길의 일부로서 의학을 서양의학의 철학인 기계론적 인간관-해부 생리학적이고 화학요법적 의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을 품은 의대를 설립하고자 했습니다. 이 혁명적 의학을 지향하는 이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교는 '연대성, 통합성, 인도주의'를 표방하며 남미의 의료취약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 되었습니다. 쿠바 자국의 의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이유가 아니라 순수한 국제적 지원활동의 하나입니다. 체제가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배척하지도 않는다. 빈곤과 건강 악화 위협에 노출된 국가의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입학을 허가합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는 28개국 1만 700여 명의 유학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쿠바의 의사'가 됩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의과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두 가지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하나는 의학이고, 다른 하나는 인강성입니다."

 

 

인간성을 배우기 위한 필수과정으로 가족주치의 밑에서 2년간 연수 과정을 해야합니다. 가족주치의는 마을별로 120세대, 주민 700여 명을 전담합니다. 그들은 병원 위층에 마련된 집에 거주하면서 오전에는 병원으로 오는 환자를 진료하고, 오후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가정방문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쿠바의 의사들은 졸업 후 전 세계에 파견됩니다. 그들의 일터는 구호단체들도 포기한 위험한 지역이며 각국 현지 의사들도 꺼리는 빈민가입니다.

 

"사람의 생명이 돈보다 더 가치가 있고 부드럼과 배려심만 있으면 생명은 구할 수 있다"

 

 

협박과 테러, 살해 위협에도 전 세계 68개국에서 일하는 25,000여 명의 쿠바 의사들은 1963년 이후 세계 101개 나라에 10만이 넘는 의사들이 무료 의료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쿠바의 의사들은 그들의 손길이 필요한 어느 곳이든 찾아갔습니다.

 

 

2005년 8월 파키스탄 대지진이 발생하였을 당시 그 어떤 구호단체도 히말라야 산맥에 가서 지진의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쿠바의 의사들은 그곳에 병원을 세우고 수많은 사람을 살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베네수엘라 빈민촌에도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 빈민지역 무상의료운동 '바리오 아덴트로'에 참여하는 의사는 대부분 쿠바의 의사들입니다.

 

'기적의 작전' 수술을 받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돈이 없어서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없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는 일도 합니다. 일명 '기적의 작전'으로 불리는 이 유명한 프로젝트는 수만의 빈민들에게 시력을 되돌려주었습니다. 이들은 병을 치료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의료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의료 봉사대에 파견 요청을 하는 나라는 그 나라가 자체적으로 의료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쿠바 의사들의 봉사정신은 이런 실적들로 모든걸 표현해 낼 수 없습니다. 한 쿠바의 의사의 말에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존 키크 교수(캐나다 댈 하우지 대학)는 그들의 특별한 활동에 대해 말했습니다.

 

"쿠바 의사들의 헌신은 세계에서 가장 큰 비밀 중 하나입니다. 가장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쿠바의 의료수준은 높고 의료 관광국으로의 명성은 두텁습니다. 이런 높은 의료수준은 근본적으로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이고 국방비의 55%를 삭감해 교육, 의료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의 의료는 무상의료가 힘든 시스템이고 의사들이 무료봉사를 활발히 하지 않는 것도 사실 사회시스템상의 열약함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쿠바의 의사들은 돈, 편안한 삶,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선택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많은 의사에게 혹은 의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바람직한 의사의 모습을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면 응모할 수 있으며 현재 한국인 학생이 단 1명 진학한 상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잡스러운 것들 그리고 생활의 편의를 희생할 수 있는 강인한 의지를 품고 실천할 수 있다면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도전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