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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스프루언스급 구축함 초도함인 스프루언스(DD-963 Spruance)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서 프랭크 J. 플레처 제독과 함께 나구모 주이치 제독의 일본 함대를 박살낸 공로자인 레이먼드 D. 스프루언스 제독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스프루언스급 구축함은 모두 31척이 건조되어 1980~90년대 미 해군의 주력 대잠 구축함으로 활약했습니다.

 

 

이 함은 이전의 함정들과 달리 미국 해군 최초로 가스터빈엔진을 채용한 함정입니다. 또한 양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블록형 건조를 채용하였습니다. 대형 함정임에도 불구하고 ECM(전자방해기술)을 최소화하고 정숙성을 극대화하였고 기존의 주력대잠무기인 Mk.46 어뢰뿐만이 아니라 대잠 로켓인 ASROC 채용하는등 대잠능력에 특화된 함정입니다. 또한, 토마호크 미사일 탑제하여 중장거리 대지 타격능력을 부여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엄청난 활약을 하며 미 해군의 주력 대잠 구축함이었지만 2005년을 마지막으로 DD-985 USS Cushing함이 퇴역하면서 이제 스프루언스급은 미 해군 함대에서 현역으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퇴역 후 헐값으로 중국 해군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실제 매각된 것은 스프루언스급의 배리에이션 함인 키드급 방공구축함이었습니다.

 

 

남미의 우방국 칠레에 매각하자는 의견은 상당히 심도깊에 논의되어 의회에서 수출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을 뻔 했으나, 페루 등 다른 중남미 국가와의 균형 문제 등으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스프루언스급 구축함은 미국 우방국과 진행된 훈련에서 목표물 또는 미국이 개발한 신무기의 화력 테스트 용도로 끌려나와 대부분 수장당했습니다.

 

스프루언스급 구축함을 굳이 수장시킬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원래 미국은 심지어 대형 항공모함 아메리카마저 차기 항모 건조시 항모에 대한 위협과 그 피해수준을 반영하겠다는 이유로 대함미사일, 함포, 자유낙하폭탄, 레이저 유도폭탄, 기관포, 어뢰, 기뢰 등등 온갖 방법으로 테스트하다 바다로 시키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31척이나 되는 많은 스프루언스급 구축함이 모두 수장된 것은 아니고 4척은 영화 촬영용 소품으로 제공되었으며 DD-964 폴 포스터 함 1척은 아직 2017년 현재 신형 장비 시험함으로 사용되며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영화 촬영용 소품으로 제공된 4척의 스프루언스급은 처참하게 폭파되었습니다.

 

 

그런데 칠레가 미국에 스프루언스급 팔아달라고 요청했을 때가 바로 이 시기였는데 미국은 타국에서 주력함으로 쓸 수 있는 핵심 전투함을 영화 소품으로 날려버린 것입니다. 이 사건은 미 해군이 비싼 구축함을 너무 어이없이 처분한 것 같아보이지만 스프루언스급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적 물적 비용소모가 있고 해체하는 것도 결국은 돈드는 작업인데 뒤처리를 영화제작자들이 떠 맡는 것이니 거저 넘겨줘도 미 해군 입장에선 딱히 손해 볼 일은 아니였습니다. 이렇듯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국은 다른나라에게는 주력이 될 수 있는 군사무기들을 더 강력한 새로운 무기들이 등장하면 가차없이 처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