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대한민국 최전방 GP
비무장지대(DMZ) 내부에 존재하는 최전방 초소를 GP(Guard Post)라고 부르며 우리 나라 GP는 직경 50~200m 정도의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요새입니다. 비무장지대는 공식적으로 무장병력이 주둔해서는 안 되는 곳이지만 우리나라와 북한 모두 안에 요새를 만들어서 무장된 인원들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GP에 주둔한 무장인원들은 민사행정경찰 신분으로 들어갑니다. 때문에 이곳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민정경찰', '헌병'이라는 표식을 달고 있으며 편제상 헌병은 비전투부대이기 때문에 주둔이 가능한 것입니니다.
원래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무장 인원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북한 측에서 먼저 자기들이 관리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지역 내에 GP들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군인들을 민경대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주둔시켰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MDL 이남 유엔군 관리하에 있는 비무장지대 지역 내에 GP들을 건설하고 역시 병력들을 주둔시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GP와 혼동하는 GOP는 'General Out Post' 의 약자로 남방한계선을 지키는 일반 전방초소를 말합니다. 쉽게 생각해 GP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고 GOP는 남방한계선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GOP에 비해 GP는 언론 등 민간에 노출이 거의 없는 편이며 GOP 경계병은 그냥 일반병이며, GP 경계병은 군대 안에서는 비교적 정예병력으로 여겨지는 수색대가 맡고 있습니다. CP(command post)는 전술 지휘소라 하며 사단장이 전투 상황을 관찰하며 작전 지침을 내리는 곳으로 철책보단 후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GP는 위치가 위치다 보니 북한군 GP와 엄청나게 가까이 위치한 곳도 많고 대부분 고립된 지역인 데다, 하나같이 한국전쟁 당시의 격전지들인 탓에 열이면 열 GP에는 수많은 괴담이 존재하고 귀신을 봤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땅만 파면 총알과 포탄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수색로 근처에는 대전차지뢰나 대인지뢰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GP란 곳이 비무장지대 내에 있다보니 이동이 극히 제한되고 올 수 있는 사람도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고위 간부의 '불시 순찰'이 불가능합니다. 모든 방문자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 GP에 그 출입자에 관한 명단이 통보되기 때문에 GP에서는 자기네 초소로 누가 언제 오는지 미리 다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VIP가 방문할때도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단점은 GOP는 휴가나 황금마차라도 있지만 GP는 투입 기간 동안 휴가나 황금마차가 없습니다. 그래도 사정에 따라 청원휴가를 가거나 조기 철수를 할 수도 있으며 부대 사정에 따라 택배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입 기간 동안 과자 같은 것을 아에 못 먹거나 택배도 못 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문제는 교대 주기가 일정한 수색병이 아닌 파견병의 경우 교대 인원을 보내주지 않으면 이등병이 상병이 될 때까지 GP에서 나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서부전선은 임진강을 사이에 끼고 넓은 평야지대를 경계로 남북의 GP가 마주보고 있는 상황으로 경치가 수려하고 GOP에서 GP로 들어가는 도로사정이 원활합니다. 동부전선의 경우 대부분 북한군 GP와 거리가 매우 가깝고 험한 산세에 위치해서 도로가 꼬불꼬불하며 포장도 안 된 부분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서부전선에 비해 험준하여 차량으로 부식지원이 힘든 경우는 도보 내지는 케이블을 통해 GP에 필요한 음식 및 기타 군용품을 배급합니다.
▲GP벙커를 수색중인 모습
보통 수색중대 병력들은 텀을 가지고 몇 달은 후방에서의 훈련, 몇달은 GP에서 근무하는데 이로 인해 하나의 GP를 두 개의 소대가 맡아 주둔합니다. 수색병들의 임무는 DMZ 감시(적병력 움직임, 도발징후감지, 산불감지, 수색대대 시야 지원 등)와 DMZ 각구간을 정찰 하는 것으로 보통의 GP들은 모두 시야 확보를 위해 산정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방탄복과 각종 탄약과 수류탄, 대검등 착용하고 DMZ의 수색과 GP를 오가는 일이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도 적 GP를 망원경으로 감시중인데 평소와는 달리 적 GP에 특이한 차량이 왔다갔다 한다거나 북한군 애들이 화전을 일구려고 비무장지대에 불을 지르거나 북한군 애들끼리 심한 사고나 문제가 벌어지는 등의 일들을 보고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포상휴가를 받기도 합니다. 단, 북한군이 화전을 일구려고 지른 불이 아군 쪽으로 넘어오면 포상이고 뭐고 헬게이트가 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GP 대부분이 70~80년대 건설되었는데 지금과는 건설기술이 비교할 수 없던 시절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지은 것이다 보니 일반 부대 시설보다 노후화된 곳들이 많다고 합니다. GP마다 진행속도는 다르겠지만 현대화 공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으며 공사가 많이 진행된 곳은 사지방도 있고 IPTV, 최신형 에어컨, 비데, 세탁기 등이 설치된 곳도 있습니다. 게다가 헬스장처럼 운동 기구들이 마련된 곳도 있어 원한다면 시간이 남을 때 운동도 가능합니다.
북한은 작년 1월부터 비무장지대(DMZ)안에 GP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DMZ내 GP 270여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GP는 우리 군이 60여 개, 북한군은 200여 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군 최전방 부대들은 우리 군의 GP와 유사한 건물을 만들어 이를 점령하는 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모습은 단순한 경계나 훈련 차원을 넘어 GP습격 같은 도발을 충분히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이 도발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GP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고생하고 있는 장병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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