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네 실시간 이슈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 공군은 약 500여 기종의 전투용 항공기중 상당수가 노후화 되어 전투기및 공격기가 2009년부터 10년간 약 150기가량씩 부족해지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1993년 국방부에서는 중기 사업으로 120대의 중형 전투기 도입 사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당시 냉전이 끝나고 국방예산 감축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많은 군수업체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맥도넬 더글라스는 F-15E, 러시아의 수호이는 Su-30과 개발중인 Su-35, 유럽의 EADS는 당시 개발중인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랑스의 다소 역시 개발중인 라팔을 제안하려고 준비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개최한 1996년 국제 서울 에어쇼에 개발이 늦어진 유로파이터를 제외하고 위에 소개한 전투기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투기 도입 사업을 진행하여 2002년 도입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0대 도입을 마칠 것이라는 계획까지 세워 두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우리나라 공군은 도입 수량을 40대로 줄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9년 공식적으로 전투기 도입 사업(1차 FX)을 공표하였습니다.

 

 

당시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은 보잉사의 F-15K 그리고 다소사의 라팔 Mk.2, EADS사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수호이의 Su-35 슈퍼플랭커였습니다. 당시 록히드 마틴의 F-22 랩터는 예비 제안서를 제출한지 얼마 안가서 스스로 포기해버렸습니다. 당시 F-22는 개발중이었던데다 미국 정부가 수출허가를 내지 않았으며 기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 매우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정식 후보로 F-15K, 라팔, 유로파이터, Su-35UB로 결정되었습니다. 당시 정식 후보로 정해진 전투기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Su-35UB
Su-35UB는 후보 전투기 중 가장 큰 기체크기 덕분에 넓은 작전반경과 뛰어난 기동성, 강력한 폭장능력이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군은 미국의 무기체계를 사용했기에 부대시설비가 많이 들어가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유로파이터는뛰어난 폭장량과 강력한 공대공 능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후보 전투기 중 가장 비싸고 2008년에야 도입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F-15K
F-15K는 가장 많은 폭장량과 가장 빠른 속력과 가속력, 그리고 무엇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실전배치되었고 전쟁에도 수없이 참여, 뛰어난 성능을 입증하였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전투기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라팔
라팔은 최신 전자장비를 이용하여 뛰어난 공대공 능력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스텔스기까진 아니지만 낮은 RCS값도 나름대로의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라팔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엔진과 공대지 무장 소프트웨어 자체도 미완성 상태였습니다.

 

 

이후 많은 논쟁을 거쳤는데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가격과 인도 일정의 차질 때문에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가장 먼저 탈락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수호이의 Su-35UB는 당시 냉전이 끝난 후 설계국에서 독립한지 얼마되지 않아 많은 부분이 미흡하여 탈락하였습니다. 그렇게 결국 라팔과 F-15K가 남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라팔의 다쏘와 F-15K의 보잉은 다른 두 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다쏘가 스칼프 순항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자 보잉도 이에 질세라 SLAM-ER 순항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F-15K의 레이더를 AN/APG-70이 아닌 AN/APG-63(v)1 레이더로 교체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다소사는 가장 최약체로 꼽히던 엔진 문제에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바로 M-88-3 엔진을 자사가 돈들여서 개발한 다음 장착해 주겠다며 그 기간전에 인도되는 기체는 M-88-2를 장착해주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02년 3월 말에 1단계 평가를 발표하였는데 결과는 라팔과 F-15의 공동 승리였습니다. 라팔과 F-15K의 평가점수가 오차범위인 3%이내였기 때문에 2단계 평가 사업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두 기종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공군 내에서도 많은 찬반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단계 평가에서 결국 F-15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2단계 평가 사업은 한미관계나 기존 한국군 무기와의 호환성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F-15K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분야였기 때문에 사실상 F-15K가 선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 4월 중순 우리나라 국방부는 최종으로 F-15K 40대 도입을 확정지었습니다.

 

 

당시 F-15K 기체가격만 1대당 1억 500만불로 도입하였는데 당시 미 공군조차 운용하지 않던 최신 장비랜턴-2000(타이거 아이) 포드나 SLAM-ER, 하푼 블록2 미사일까지 포함된 완전 패키지로 샀으니 엄청 싸게 도입한 것이 맞습니다. 지금 현재도 라팔과 유로 파이터 타이푼, SU-35와 경합을 내세운 경쟁입찰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방부는 예전부터 무기 도입 사업을 할 때 경쟁상대 양쪽이 애가 타들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최초의 업그레이드형 F-15K를 저렴한 가격에 도입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이후 2008년 8월 2차 FX 사업으로 21대의 F-15K를 추가 도입하였습니다.

 

 

또한 F-15K에 탑재된 F110 엔진의 고압 터빈 덮개가 우리나라에 한 해 평균 열 개 정도가 필요하며 구매할 경우 하나에 4천만 원이 들지만 최근 3D 프린터로 찍어내면서 가격이 3백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조달기간도 20일,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공군은 F-15K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F-35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공군에 15K만한 체급의 전폭기가 없으며, 미 공군 역시 15E를 계속해서 개량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15K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용하게 사용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