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네 실시간 이슈

 

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에서는 공중전이 자주 벌어져 각 전투기들의 성능을 비교할 기회가 많았지만, 현대전에서는 공중전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어떤 전투기가 확실히 더 강력하다고 말하기 힘든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전투기를 콕 찍어낼 순 없어도, 더 강력한 전투기를 만들기 위한 기준은 존재합니다. 그 기준을 통해 어느 전투기가 공중전에서 더 강력한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는 F-16에 비해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먼 거리에서 레이더로 상대방을 찾아내고 장거리 레이더 미사일로 적기를 격추하는 가시거리외 전투(BVR)를 벌일 경우엔 F-15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기체가 큰 만큼 더 성능이 좋은 레이더를 붙일 수 있고, 미사일도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로 꼬리를 물며 기관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적기를 격추하는, 흔히 도그파이트(Dog Fight)라 부르는 근접전투에서는 F-16이나 유로파이터 같은 가벼운 전투기가 유리합니다. 최근에는 경전투기보다는 중전투기가 더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공중전 양상이 전자전 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전투기가 미처 달려들기도 전부터 미사일이 날아드는 셈입니다.

 

 

하지만 여러 대의 전투기가 뒤섞여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상대편이 러시아라면 역시 F-15와 비슷한 급의 SU(수호이)-27 등의 중대형 전투기로 상공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F-15와 SU-27이 먼 거리의 공중전이 벌어지면서 여러 대의 전투기가 격추되는 사이에 양 진영은 거리를 결국 좁혀가다가 대규모 근접전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상황이 되면 경전투기가 확실히 더 유리할 것입니다. 특히 땅이 좁고 산악이 많아 비행기의 은밀기동에 유리한 우리나라에선 근접전 성능이 더 중요합니다.

 

 

항공역학이나 전투기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은 음속의 3배를 넘는 극초음속 전투기 블랙버드(SR-71)를 개발한 바 있지만 효율성 문제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보통 음속의 2배, 빨라도 2.5를 넘지 않습니다. 더 빠른 음속의 전투기는 연료 소비가 늘어날 뿐 실제 공중전에서 거의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최저 속도입니다. 최저속도가 낮으면 항공모함 등에서 뜨고 내리기 유리하고, 공중전을 벌일 때도 갑자기 제동을 걸어 상대편 비행기를 스쳐 지나가게 한 다음 뒤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F-22나 F-15, SU-27같은 고성능 중전투기들은 모두 아주 잘 설계된 비행기로, 크기에 비해 운동성능도 많이 떨어지지 않아 다방면으로 활약이 가능합니다. F-16도 본래 경전투기로 개발됐지만 여러 번의 개조과정을 거쳤습니다. 동급의 경전투기에 비해 BVR 성능이 뛰어나고, 지상공격용 무기도 여러 종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 해군이 자랑하는 F/A-18은 처음부터 양쪽의 성능을 노리고 개발하였습니다. F-16과 비슷한 성능을 가졌지만 체구는 조금 더 크고, 기민함에서는 다소 떨어집니다. F-16보다 고성능 레이더를 가지고 있으며, 두 개의 엔진을 달고 있어 안정성도 높습니다. 전자장비가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전투기의 주 임무는 근접전이었으므로 대부분 작고 날렵하게 만들었습니다. 대신 지상공격에 특화된 대형 공격기(Attacker)나 폭격기(Bomber)를 별도로 만드는 게 당연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이런 경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레이더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스텔스 기능은 현대 전투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필요조건입니다. 미군이 2006년 알래스카 기지에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를 가지고 당시의 주력 전투기인 F-15, F-16, F-18을 상대로 모의 공중전을 벌여 144대 0의 놀라운 기록을 올린 사실은 스텔스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단적으로 증명합니다.

 

 

하지만 스텔스라고 반드시 무적은 아닙니다. 모든 기술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시거리 200km에 달하는 최고 성능의 레이더를 장착해도 스텔스 전투기엔 속수무책이듯, 스텔스 기능이 제 아무리 뛰어나도, 적 비행기보다 운동성능이 크게 떨어지면 서로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며 싸울 수 있는 근접전투에선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최고의 운동성능을 갖춘 비행기라 해도 전자전 성능이 떨어지면 먼 곳에서 날아드는 유도 미사일 한 방에 격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텔스 기는 기체를 설계할 때 전파의 반사를 줄이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되므로 운동성능을 높이기 까다롭습니다.

 


현재 F-22 전투기는 완벽한 스텔스 기능으로 세계 최강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세계 최강이 된 것은 아닙니다. 첨단기술을 쏟아 부어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기존 전투기를 압도합니다. 우스갯소리로 계급장을 떼고 붙어도 F-22가 이긴다는 말입니다. 전 세계 전투기의 발전상황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눌수 있습니다. 1세대 전투기는 제트엔진만 장착하면 됐고, 2세대부터는 초음속 비행능력을 갖추고 레이더를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3세대는 유도무기를 통해 전자전 능력이 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4세대부터는 고도의 전자전 능력을 갖추고, 음속의 2배에 가까운 초음속 성능도 갖춰야 했습니다. 미국의 F-14와 F-15, F-16, F/A-18, 구소련의 미그 29, SU-27, 프랑스의 미라지 2000 등이 4세대 전투기에 속합니다. 4세대를 넘어서는 성능의 전투기가 스텔스 기능을 갖고 있으면 5세대 전투기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을 갖춘 F-15SE,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은 4.5세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6세대 전투기의 개념을 일부 내놓고 있는데, 더 강력한 스텔스 기능과 고성능 레이더, 신개념 무기(레이저 등)의 장착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전장에는 이런 네트워크전이 한층 더 강화될 걸로 보이며, 전투기 고유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아군 정보를 활용해 능숙한 전자전을 펼치는 비행기가 우위에 서게 될 것이며 언젠가는 대부분의 임무를 무인 항공기가 처리하는 세상이 오겠지만, 중간 단계로 유인기 1대가 여러 대의 무인기 편대를 지휘하는 형태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