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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러시아 FSB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발테로비치 리트비넨코(Alexander Litvinenko)는 영국으로 망명한 이후 푸틴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2권의 책도 집필하는 등 왕성한 반정부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 11월 1일 그는 FSB 동료였던 안드레이 루고보이, 옛 KGB 요원 출신 드미트리 콥툰을 만났고 이 두 명을 만난 후 심한 복부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입원하였으나 급속하게 상태가 악화되어 2주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리트비넨코를 죽인 그 중독 물질의 정체였는데, 리트비넨코가 죽기 직전 의문의 방사성 물질이 소변에서 발견되었고 사건을 수사하던 런던 경찰청이 자택에서 그의 소변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 찻잔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리트비넨코가 방사성 물질을 섭취했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발견된 방사능 물질은 폴로늄 210으로, 당연히 홍차에서 치사량의 폴로늄이 자연적으로 들어 있을 일은 절대 없고, 리트비넨코가 자기 홍차에 폴로늄을 설탕 타듯이 타서 먹었을 일도 절대 없으니, 누군가가 리트비넨코의 홍차에 폴로늄을 슬쩍 집어넣었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방사능 물질 플로늄 210은 연간 생산량이 100g밖에 되지 않는 매우 희귀한 물질로 아무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가장 그럴듯한 추축은 그 귀한 폴로늄을 리트비넨코를 증오한 사람이 사주한 암살이며 그 증오한 사람이 바로 러시아의 푸틴이라는 것이였습니다. 푸틴이 반체제 인사들에게 보내는 노골적인 경고장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적 강대국인 러시아를 꽉 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도의 영향력과 입지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리트비넨코는 죽기 직전 자기를 죽이라고 한 것은 푸틴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폴로늄을 사용해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단순한 암살을 넘은 공개처형이었습니다. 돈은 아주 많이 들지만 효과도 그만큼 확실하고 게다가 그 폴로늄으로 인해 사망한 시체마저도 방사능 때문에 곱게 땅에 묻히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으며, 방사능 물질이 최대한 분해될 때까지 밀폐시키고 그 다음에도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리트비넨코의 시신은 앞으로 수십년간 관을 열 수 없도록 단단히 밀봉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신을 관리담당하는 영국 측에서도 수십년간 시신을 관리하면서 이 사실을 계속 상기해야만 하니 영국측에도 수십년동안 씻기 어려운 메세지가 된 셈입니다.

 

 

물론 푸틴이 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또 다른 힘있는 누군가의 음모라는 음모론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폴로늄의 비용과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가 한정되는 점 등을 생각해 볼 때 겨우 의심을 사게 만드는 용도로 이런 말도 안되는 암살 수법을 택했을 가능성은 너무 희박합니다. 또한 러시아에서 푸틴의 허가 없이 이런 일을 단독으로 실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런던 경찰청은 사건을 수사하여 폴로늄 210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용의자 몇몇을 추려내긴 하였으나 전부 다 러시아에 체류중인 러시아인들이었습니다. 이에 런던 경찰청은 러시아측에 해당 용의자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였으나 러시아 측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신병 인도 요청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블라디미르 푸틴을 기소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이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해 수사가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재료의 특수성이나 리트비넨코와 러시아 정부 간의 불편한 관계 등을 보면 심적으로는 누가 어떻게 아무리 봐도 100% 러시아 정부가 벌인 일로 보여집니다.

 

 

결국 영국 고등법원에서 이 암살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2015년 1월 공청회를 개최하였고 공청회에서 암살 용의자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는데, 리트비넨코가 죽기 직전 만난 FSB 동료 루고보이와 콥툰이 묵었던 호텔에서 폴로늄 210이 발견되었으며 이 두 명이 이동했던 곳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두 명을 포함해 리트비넨코 일행이 앉았던 테이블에서는 치사량의 두 배가 넘는 방사능이 측정되었습니다. 차 주전자, 식기세척기, 다른 식기들은 물론 사용했던 공중 화장실과 그들이 이용한 대중교통 수단, 그리고 그 날 카페에 있었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 심지어 접촉한 모든 사람들까지 전부 피폭되었습니다.

 

 

또한 영국 정보 당국은 두 사람이 앉았던 비행기 좌석까지 수색하여 폴로늄의 흔적을 발견했고, 익명을 요구한 콥툰의 지인은 "콥툰이 매우 비싼 독극물을 갖고 있고, 그걸 음식물에 탈 요리사를 구하고 있다"고 증언까지 하였습니다. 영국 측의 보고서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독살 사건에 승인했을 것이라 나와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측에서는 영국이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조사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전 대통령인 빅토르 유셴코는 대선후보 시절인 2004년, 러시아나 친러시아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다이옥신 수프 테러를 겪었으며 2009년, 2012년 사망한 러시아 망명객들도 유사 사례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2012년 영국에서 숨진 러시아인 페레필리치니는 러시아의 수백만 달러 돈세탁 혐의를 폭로했었습니다.

 

 

그리고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가 2004년 갑자기 통증을 호소한 후 사망했었는데 9년이 지난 2013년 유족과 자치정부가 유해를 꺼내 스위스 법의학센터로 보낸 결과 정상 수치보다 최소한 18배에 달하는 폴로늄 210이 검출되었다 합니다. 이 외에도 러시아에서 반푸틴 활동으로 푸틴에게 미움을 샀었던 사람들이 의문사를 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16년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자신의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원인모를 총격을 받아 사망하였으며

 

 

러시아 前부총리 보리스 넴초프는 푸틴의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을 비판하면서 강력한 적으로 떠올랐었는데 2015년 2월 모스크바 근처에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처럼 러시아 내에서도 반푸틴 활동을 하다가 사라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과연 이 모든 사건들이 우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