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 혀를 내두른 영국의 거대한 '지진 폭탄'
일반적인 폭탄의 효과는 폭열, 폭압으로 나누어지는데 폭열은 폭심지에서만 위력을 발휘하고, 폭압의 경우 폭심지 바깥으로 방출되면서 2차 피해를 입힙니다.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단단한 건물이나 지하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폭탄이 정확히 명중하지 못했을 경우 중요 목표물에는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터널이나 지하같은 목표물은 아무리 폭탄을 쏟아부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2차 세계 대전 초기 영국의 항공공학자 반즈 월리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두부분을 지표속에 박은 후 터뜨려서 폭탄의 충격파를 직접 땅에 전달하는 폭탄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영국 공군은 윌리스 주장에 공감을 하였지만 정작 관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윌리스가 말하는 폭탄은 중량 10톤이였고 이는 당시 폭격기 적재한계를 초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대 무게 9,000파운드에 폭약만 6,600파운드인 신형 폭탄 엎깁
그러던 중에 영국 공군의 루르 지역의 댐 폭격 작전에서 웰리스가 물수제비처럼 톡톡 튀어서 댐에 명중하도록 설계한 신형 폭탄 엎킵(upkeep)이 엄청난 활약을 펼치자 영국 공군은 윌리스가 이전에 말했던 중량 10톤의 대형 폭탄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폭파된 루르댐과 피해를 입은 하류의 모습
사실 당시 독일의 댐 폭파는 쉬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윌리스가 개발한 폭탄으로 독일의 댐은 무너졌고 독일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영국 공군의 전략 폭격 전투 역사상 가장 혁혁한 성과였습니다.
사실 이전에 영국 공군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무식한 대형 폭탄 1발보다 소형 폭탄 여러 발 투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국 공군의 루즈댐 폭격 작전으로 영국 공군은 대형 폭탄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영국 공군은 다시 윌리스에게 폭탄의 설계안을 기존 10톤에서 5.4톤으로 줄이자는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5.4톤의 엄청난 대형 폭탄 톨보이가 개발되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대형 폭탄은 참호전과 요새, 땅굴 등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킨다는 의미로 지진폭탄이라 불렸습니다. 지진폭탄 톨보이는 길이 6.4m에 중량 5.4톤으로 정말 무식한 무기였습니다. 톨보이의 첫 실전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진 직후인 1944년 6월 8일 밤 독일군의 증원 또는 보급로로 사용될 수 있는 소뮈르(Saumur) 철도 터널 폭격이었습니다.
소뮈르 철도 터널에 정확히 명중한 톨보이 폭탄은 약18m의 암반층을 뚫고 들어가 터널을 완벽히 박살냈습니다. 이후 영국군은 그동안 진격을 막았던 것들을 모조리 파괴하기 위해 전선 각지에서 톨보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톨보이에게 주로 폭격당한 대상은 주로 나치 독일의 V2 기지와 프랑스 해안의 유보트 기지였으며, 특히 영국과 가까웠던 프랑스나 네덜란드 해안의 주요 유보트 기지들은 아예 씨가 말라버렸습니다. 영국 공군이 제2차 세계 대전 중 사용한 톨보이 숫자는 854개였습니다.
*지진폭탄 톨보이 실제 투발영상
톨보이로 인해 독일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영국은 톨보이를 맞아도 버티는 곳까지 모조리 파괴하기 위해 윌리스가 처음 제안했었던 중량 10톤의 대형 폭탄 그랜드슬램까지 양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랜드슬램은 길이 7.7m에 중량 10톤으로 톨보이보다 더 거대했습니다. 정상고도에서 투발할 시 추진제 없이 표적에 도달할 때 낙하 속도가 음속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마하 0.94)
첫 실전 투입은는 독일 베스트팔렌(Westfalen) 지방의 육상 철교였는데 톨보이 폭격도 견뎌냈던 철교였지만 빗맞은 그랜드 슬램 한방에 지반이 무너지면서 철교 교각이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지진 폭탄이었습니다. 그랜드 폭탄을 목표물 근처에만 떨어져도 충분한 지진효과를 일으켜주었기 때문에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총 41개의 그랜드 슬램을 주로 교량과 항구에 사용하였습니다.
특히 브레멘에 있는 잠수함 기지 폭격 당시에는 2개의 그랜드슬램이 4.2m 콘크리트를 관통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영국의 지진폭탄 톨보이와 그랜드 슬램은 독일군의 잠수함 격납고, 터널, 엄폐호, 교량 등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이후 1994년 미국은 이런 영국의 지진폭탄을 뛰어넘는 20톤의 T-12 클라우드메이커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그랜드슬램을 2배)
하지만 T-12 클라우드메이커는 개발된지 얼마되지 않아 원자폭탄이 개발면서 한번도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폐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진폭탄의 개념은 현재 벙커버스터를 통해 계승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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