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꼭 필요한 군번줄에 숨겨진 이야기
군번줄은 인식표이라고도 하며 속칭 개목걸이(Dog Tag)라고도 불립니다. 전시에 군인이 사망한 경우, 또는 부상당했는데 의식이 없어서 인적사항과 의료정보(혈액형)를 전혀 알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사상자의 신분확인 및 수습을 위한 용도로 만들어 졌습니다.
소속과 군번, 성명, 그리고 혈액형(ABO식 혈액형, Rh식 혈액형)이 필수정보로 새겨집니다. 군인이라면 언제 어디를 불문하고 항상 착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급박한 상황의 전쟁터에서시신을 수습하기 어려운 경우 인식표만 챙겨와서 사상자를 보고하는데 쓰는 일이 많습니다. 뒤늦게 발굴한 유해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군번줄 두개 중 하나는 군화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같은 내식성이 강한 금속으로 만들지만, 전시에 물자가 부족하면 아무 금속으로나 대충 찍는 일도 많습니다.군화나 군복 팔부분에 인식표 비슷하게 혈액형과 개인정보를 적은 태그를 달아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두개짜리를 쓰는 나라 중엔 하나는 목에 거는게 아니라 군화 끈에 끼워두기 위해서 입니다. 이스라엘군은 아예 하나를 군화에 끼워두는게 제식입니다.
저격수들의 훈장
적 병사의 인식표를 챙겼다는 것은 그 적을 죽였다는 증거와 같이 취급되므로 저격수들이 표적을 사살한 후 가능하면 챙기려고 합니다. 유명한 전쟁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도 저격 후 인식표를 챙기러 가는 모습이 있습니다.
군번줄 역사
군번줄의 시초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병사들이 사망이나 부상을 대비해서 식별용으로 자기 이름을 개인장비에 적어놓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허리벨트 버클에 알아서 새겨놓던 것이 유행하자 부대식별용 배지를 만들던 업체에서 장사가 되겠다 싶어 인식표를 만들어준다고 광고를 하기 시작했고 군인들이 이걸 사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스페인 전쟁 시기에도 병사들이 알아서 인식표를 사서 쓴 걸 보면 군인들에게 유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군번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이 인식표를 제식 채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인식표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도 1차대전 시기부터 인식표를 제식으로 사용하였으며 일본 자위대의 경우 인식표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해외 파병을 하면서 대여 형태로 인식표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군번줄에 대한 잘못된 속설 1
군번줄에 대한 흔한 그리고 잘못된 속설 중 하나가 '인식표 한쪽에 나있는 홈은 사망한 병사의 치아 사이에 넣어서 물려놓고 턱을 올려치는 것으로 치아 사이에 끼워 인식표가 빠지지 않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라는 말을 군대에서 들어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2차대전 시절의 미군에서부터 전해내려온 유서깊은 속설인데 사실은 치아에 끼운다는 목적은 전혀 아닙니다. 당시 미국제 인식표를 만들 때 의료 정보를 기입하는 카본 페이퍼에 인식표를 물려서 찍어낼 시 인식표가 제자리에 고정돼 있도록 만들기 위해 만들어 놓은 홈입니다. 사실 해군, 공군의 경우엔 아예 이 홈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위대에서 발행한 문서에 따르면 인식표에 있는 홈은 사망자의 이를 벌릴 경우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걸로 보아서 완전히 잘못된 속설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자위대에서 만큼은 정말로 인식표에 있는 홈을 치아 사이에 끼우는 용도로 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군번줄에 대한 잘못된 속설 2
또 다른 속설로 긴 줄은 구슬알이 365개, 짧은 줄은 구슬알이 52개라서 포로로 잡혔을 때 날짜를 세는 용도로 쓴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잡힌 날부터 긴 줄은 매일 하나씩, 짧은 줄은 일주일에 하나씩 치아로 끊어내는 것으로 잡힌지 얼마나 되었는가 센다는 말입니다. 이것 역시 외국 군대의 속설인데, 베트남전 등으로 포로가 된 경험이 많다보니 생긴 말인듯 합니다. 하지만 군번줄의 볼체인 개수가 365/52개인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그냥 속설에 불과합니다. 한국군의 경우 204/48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평소 군번줄의 불편함
입대 시 인식표 2개와 줄 2개가 지급되며 24시간 목에 걸고 다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착용감이 상당히 거슬리며 병의 경우 자고 일어나면 인식표 부분이 목 뒤로 넘어가 있는 등 좀 귀찮기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면서 뒤척이는 동안 목에 감겨 줄이 끊어지기도 합니다. 사실 상병 꺾인 이후부터는 제대로 걸고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겨울에는 굉장히 차갑고 여름에는 땀과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서 아주 거슬립니다. 편의상의 이유나 피부 알레르기의 이유 등으로 고무패킹을 해서 매는 군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무엇이든 반드시 통일이므로 알러지가 아닌 이상 기본 그대로 착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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